최민식, 46년 배우 경력으로 로버트 드 니로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하다
2026. 9. 7.

46년 연기 경력의 거장, 이제야 제 몸이 '재료'가 되다
올해 59세의 배우 최민식은 '좋은 역할을 잘 해내는 배우'를 넘어, 이제 '나이를 먹으면서 더 깊어지는 배우'로 변신 중이다. 지난 4일 영화 '인턴'의 시사회 무대에 선 그는 "이제야 좋아서 써먹을 만하다고 막 소문 내주세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4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몸과 마음이, 이제 정말 '배우의 재료'로서 완성됐다는 의미였다.
최민식이 돌아온 신작 '인턴'은 2015년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를 한국 배경으로 리메이크한 영화다. 드 니로가 연기한 역할 — 70대 은퇴한 사업가가 한 젊은 여성 CEO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세대 간의 공감과 성장 이야기 — 을 최민식이 맡았다. 그 대상이 한소희, 그것도 '그 한소희'인 것만 해도 화제가 됐지만, 더 큰 관심사는 한국 배우 최민식이 할리우드 거장이 했던 역할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원작과의 비교? 명곡을 다른 가수가 부르는 것처럼 생각했어요"
최민식은 "로버트 드 니로, 그 형님과의 비교는 언감생심"이라고 말하면서도 "배우 입장에선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다. 원작이 너무 훌륭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부담이 아닌 '기회'로 봤다.

"명곡들을 다른 가수가 재해석하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했어요. 가급적이면 원작을 잊어버리고 내 방식대로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의 표현이다. 할리우드의 세련된 노신사 스타일의 인턴 캐릭터 대신, 최민식은 '한국 아저씨'의 결로 이 역할을 다시 만들어내기로 했다는 뜻이다.
한국 관객들이 보면 더 자연스럽고, 더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그것이 리메이크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표현의 욕구는 커진다
최민식은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고백을 했다. "나이 들수록 표현 욕구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과 정반대다. 보통 나이가 들면 관심사가 줄어들고, 새로운 것을 하려는 의욕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경험은 다르다는 뜻이다.
"제 몸뚱아리가 재료고, 살아온 인생이 밑천이죠." 이 말은 정말 깊다. 50대 후반에 접어든 배우에게는 그동안 50년 이상 살아온 인생 경험 자체가 작품에 스며든다. 슬픔도, 기쁨도, 후회도, 희망도 모두.

젊은 배우는 '연기'를 하지만, 나이 든 배우는 '인생'을 스크린에 비춘다는 뜻이다. 그래서 역할을 만드는 방식도 다르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했어요"라고 했을 때의 그 확신은, 수십 년을 배우로 살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딸처럼 응원하면서 한소희에게 스며들려고 노력했어요"
최민식이 한소희와의 케미에 대해 얘기할 때의 표현도 흥미롭다. 보통 배우들은 "좋은 배우와 작업했다"고 평가하지만, 그는 "딸처럼 응원하면서"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한소희의) 스며들려고 노력했다"고 표현했다.
이건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세대 간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배우로서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배우적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상대 배우가 더 빛날 수 있도록 함께 호흡을 맞추려는 태도다.
"'그 한소희?'라는 표현에 담긴 의미가 있어요. 굉장히 젊고, 패셔너블한 친구지 않나. (그런 친구와의 작업이) 이런 현상을 만든 것 같아요." 최민식의 이 발언은 흥미롭다. 최신 트렌드를 잘 아는 젊은 배우가 들어옴으로써, 이 영화가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 작품에 목숨을 건 느낌받아요"
최민식은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작품에 목숨을 건 느낌받아"라는 표현까지 썼다. 50년 가까이 이 업계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이 영화'에 대해 그런 간절함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새로운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최민식의 경우는 정반대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과 나이가 배우로서의 집중력을 더욱 높여준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리메이크는 다신 안 해"라는 발언도 흥미로운데, 이 한 작품에 얼마나 온힘을 쏟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50대 후반의 배우가 말하는 '나이 듦의 의미'
최민식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이에 대한 그의 철학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50대, 60대는 '과거의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특히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영화·드라마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정반대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제 몸뚱아리가 재료고, 살아온 인생이 밑천이죠." 이 말은 사실 모든 중년, 노년의 사람들에게 울림이 있는 말이다. 세상이 나를 '쓸모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나 스스로는 50년 이상의 인생 경험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민식은 지난 46년 간 '신인 배우', '떠오르는 배우', '중견 배우'의 단계를 거쳐왔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 모든 단계를 넘어서, 배우로서의 가장 완성된 형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피부는 주름지고, 머리는 희어졌을지 몰라도, 눈빛과 표현력은 20대 배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깊어졌다는 뜻이다.
한국형 '인턴', 세대 간의 소통을 묻다
'인턴'이라는 작품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원작은 할리우드 특유의 개인주의와 성공 철학이 담겨 있지만, 한국판은 아마도 '세대 간의 이해'와 '나이 듦의 가치'를 더 깊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노년층은 할리우드 영화의 노년층과 다르다.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 '할아버지'로 살아온 세대의 무게감은 다르다. 이를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바로 최민식이다. 그래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의 최민식, 그리고 '나이 드는 배우'의 미래
최민식이 "이제야 좋아서 써먹을 만하다"고 농담처럼 말한 것은, 사실 배우라는 직업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젊음이나 외모는 시간이 지나면 어쨌든 사라진다. 하지만 경험과 표현력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깊어진다.
한국 영화 산업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20대, 30대 배우에게만 역할이 몰려주지 않고, 50대, 60대 배우들의 역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 역할들을 맡은 배우들이 영화를 더 깊고 진하게 만들고 있다.
최민식은 그런 변화의 한 중심에 서 있다. 그의 신작 '인턴'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한국 영화계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다. 바로 '나이가 드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출처: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741330&plink=RSSLINK&cooper=RSS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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