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병원이 문을 닫는다…'출생아 감소'가 만드는 의료 사각지대, 우리 동네는 안전한가요?
2026. 8. 11.

경남 밀양의 제일병원이 이달 1일 문을 닫습니다. 40년 역사를 가진 지역의 유일한 분만 의료 기관이 폐업하는 것이죠. 뉴스를 보면서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더 이상 먼 산골짜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70대 원장, 60대 의사…'일 할 사람'이 없다
밀양 제일병원을 운영해온 70대 원장과 60대의 산부인과 전문의. 둘 다 고령입니다. 젊은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으니 이 두 사람이 병원의 모든 것을 책임져왔어요. 밤낮없이 아이를 받아주고, 산모들을 돌봤습니다.
하지만 더는 못 하겠다는 것이 올해 결정이었습니다. 한 의사가 사직을 했고, 남은 원장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운영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어린 동료가 들어와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지역에 올 의사가 없어요"라는 말이 가장 아픕니다.

아이 낳을 곳이 점점 사라진다
밀양이 특별한 경우일까요? 아닙니다. 최근 5년 사이 전국 분만 병원과 의원의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번아웃(과로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로)을 겪으면서 직업을 바꾸는 경우가 늘어났거든요.
시골 지역은 더 심합니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 도시에도 좋은 병원이 많은데, 굳이 시골에서 저임금에 밤샘 진료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결국 "아이를 낳으려면 몇 시간을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는 상황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어요.
출생아 감소…악순환의 시작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를 낳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거예요.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평균 수)은 0.72명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분만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줄어드니 수입도 줄어듭니다. 밀양 제일병원처럼 만년 적자에 시달리게 되는 거죠. 의료진을 고용하고 유지할 여력이 없어지니까 더욱 악순환에 빠집니다. "올해는 출산이 몇 건이나 될까"를 걱정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중입니다.
"우리 동네는 안전할까?"
당신이 사는 지역에 분만 병원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문을 열 거라고 확신할 수 있으신가요? 이게 바로 지금의 문제입니다.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서서 지역 의료 인프라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5~10년 뒤를 생각해보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운영 중인 산부인과 의사들의 평균 나이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의사들이 은퇴할 테니까요. 지방의 작은 병원부터 시작해서 점차 더 넓은 지역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부도 손을 놓지 않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모르지 않습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적으니 의대 정원을 늘리고, 지방에서 진료하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실제 효과를 볼 때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아이를 낳으려는 임산부들과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진들입니다. 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현재 지역 분만 병원의 폐업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건 남의 일만이 아닙니다. 당신의 자녀가, 손주가 살고 있거나 앞으로 살게 될 지역의 의료 체계 문제이기도 합니다. 혹시 당신이 지역 주민이라면, 지역 의료 시설의 현황이 어떤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당신의 손주 중 누가 아이를 가질 나이가 되었다면 "분만 병원이 근처에 있는가"를 꼭 확인해주세요. 혹시 없다면 미리 다른 지역의 병원을 알아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책이 될 수 있습니다.
밀양 제일병원이 문을 닫은 것은 단순한 한 병원의 사정이 아닙니다. 이건 한국 사회 전반의 저출산 문제, 의료 인력 부족 문제, 지역 불균형 문제가 한 점에서 만나서 터진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앞으로 이런 신호들이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