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살던 전셋집 이제 나가야 한다고? 50대 세입자들이 알아야 할 것들
2026. 9. 8.

20년이라는 약속, 왜 깨지는 걸까
"이번 달이면 이 집에 산 지 20년이 되네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57세 이모 씨의 말이다. 2004년 전세금 1억 원대로 계약했던 집이다. 지난 20년간 세 번의 전세 계약갱신을 거쳐 현재까지 살고 있던 이 씨는 요즘 밤을 못 이룬다. 왜냐하면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재거주 불가' 방침이 자신에게 직접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정부와 서울시가 '20년 이상 전세로 사는 것은 본래 의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세웠고, 계약 만기인 자신에게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이 한두 집만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장기전세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시간이 흘러 이제 수천 가구에 가까운 주택이 일제히 계약 만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2004년~2005년경에 계약한 가구들이 2024년~2025년을 기점으로 20년 만기를 맞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년을 약속받고 살아온 집'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저소득층의 주거 기반을 만들어주려던 임시 제도'였던 것이다. 그 간극이 지금 현실적인 주거난 문제로 터져 나오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비양심적인 억지"라는 표현의 의미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은 최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장기전세주택의 목적은 20년 살기 위함이 아니라, 그 기간 안정적으로 살면서 자산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 직설적으로는 "더 살겠다는 건 비양심적 억지"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크게 나뉜다.
시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서울은 심각한 주택 부족 상태다. 2000년대 초 '영구임대나 전세보다는 실제 내 집을 마련하도록 돕자'는 정책 취지로 만든 20년 장기전세주택이 지금 "내 집처럼" 물려받으려는 세입자들로 인해 다른 무주택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 사람이 20년을 넘어 계속 살면, 그 기간 다른 5~6가구가 그 집에서 기반을 마련하고 자가 구매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는 논리다.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20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믿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나가라니 어디 가라는 건가"라는 절박함이 있다. 50대 중후반 나이에 새로운 전세를 구하거나,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실제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특히 20년간 전세금을 모아도 현재의 서울 집값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 어디로 가나
50대 세입자들의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 더 비싼 월세로 전환하기**
전세금 1억 5천 만원이 있다면, 이를 월세로 환산하면 월 40~50만 원대 월세에 해당한다(최근 4~5% 전월세 비율). 하지만 20년 살던 집을 나가게 되면 비슷한 조건의 월세 원룸이나 투룸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강남이나 서초 같은 곳에서 20평 정도의 월세는 100만 원을 넘는다. 월세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 정도인데, 전세금 1억 5천을 은행에 넣어봐야 연 450만 원의 이자다. 월 37~38만 원이다. 월세 100만 원을 감당하려면 따로 월급에서 빼야 한다. 50대라는 나이에 이것은 매우 현실적인 부담이다.
**두 번째, 새로운 전세 구하기**
"이전 전세금은 1억 5천인데, 지금 같은 집이 2억 5천이라고?"

이것도 현실이다. 서울 아파트 값이 지난해 이후 82주 연속 오르면서, 전세금도 함께 상승했다. 기존 전세금 1억 5천에 살던 사람이 새로운 전세를 구하려면 2억 원대 초반은 최소로 준비해야 한다. 20년간 저축해서 모은 금액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차입금(대출)을 더해야 한다는 뜻인데, 50대 나이에 은행 대출을 새로 받기는 심화된 금리 환경에서 매우 어렵다.
**세 번째, 내 집 마련하기**
"20년이 지났으니 이제 내 집을 사는 게 맞지 않나?"
이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현재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8~9억 원대다. 전세금 1억 5천만 원은 계약금 10~20%에도 못 미친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50대 대출금은 대출 한도가 낮고 금리도 높다. 월 이자 부담만 해도 수백만 원대다. 정년 전에 대출금을 다 갚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정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뭘 하고 있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다만 속도가 충분한지,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최근 LH는 "향후 3년간 서울 도심에 매입임대주택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집을 사서 임차인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부천대장지구(신도시)에 맞먹는 규모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1~2년 안에 입주 가능"이라는 말이 과연 현실적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이 매입임대는 보통 시세보다 20~30% 저렴한 수준이다. 기존에 1억 5천 원 전세금으로 살던 사람이 "앞으로는 월 40만 원 정도의 매입임대 월세를 낸다"는 전환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인 줄 알고 살았는데 월세가 된다"는 느낌이 남기 때문이다.

50대 세입자들이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들
현재 20년 만기를 앞두고 있거나, 2년 안에 만기를 맞이할 세입자라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1단계: 자신의 정확한 상황 파악하기**
- 계약 만기가 정확히 언제인가
- 현재 전세금이 얼마인가
- 이 금액으로 새로운 전세/월세를 구할 수 있을가
- 만약 차입금이 필요하다면 대출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가
특히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집을 구해보기"다. 부동산 앱이나 직접 방문해서 자신의 전세금 수준에서 구할 수 있는 집이 있는지, 월세는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인 첫 번째 답안이다.

**2단계: 정부 지원 프로그램 확인하기**
지금 LH의 매입임대 이외에도 다양한 주거 지원 사업이 있다. 시군구별로 운영하는 청년·신혼부부 주택, 무주택자 주택 지원 등이 그것이다. 자신이 해당하는지 확인해보려면 주소지 구청이나 시청 주택과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온라인으로도 "서울시 주택 지원" 등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다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자격 요건(소득, 자산 등)이 있으니 꼼꼼히 읽어야 한다.
**3단계: 금융 상담받기**
만약 새로운 집으로 옮기면서 대출이 필요하다면, 은행 상담을 받아보자. 50대라는 나이, 현재 소득,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어느 정도 대출이 가능할지 미리 알 수 있다. 은행마다 조건이 다르니 2~3곳에 상담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지원 전월세 대출 (보증부 월세 등)도 있으니 확인해볼 가치가 있다.
**4단계: 조용히 부동산 중개소 방문하기**
뭔가 불안하다면 평판 좋은 지역 부동산 중개소를 방문해서 상담받아보자. "제 전세금으로 이 지역에서 어떤 집을 구할 수 있나요?" "월세로 전환하면 대략 얼마나 될까요?"라는 질문을 하면, 경험 많은 중개인들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다.
20년을 넘어 30년을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지금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20년 이상은 안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예를 들어 임대인(집 주인)과 세입자가 "우리끼리는 괜찮다"고 협의해서 계속 사는 경우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 경우들이 상당히 있다고 한다. 다만 이 경우 만약 임대인이 집을 팔거나, 상황이 바뀌면 세입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위험이 있다.
또한 정부가 강제 퇴거까지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에서 "할머니 강제 퇴거"라는 뉘앙스의 뉴스가 나면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매입임대로 전환하면 월세를 ○만 원으로 해준다" 같은 식이다.
큰 그림 안에서 이 문제를 이해하기
개인적으로는 "20년 살 집에서 갑자기 나가라니"라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문제는 복잡하다.
서울은 진짜로 부족하다. 집이 부족하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가 들어갈 수 있는 저렴한 집 말이다. 어느 한 사람이 20년을 넘어 30년을 같은 집에서 살면, 그동안 5~6 가구가 그 집을 통해 주거 기반을 마련하고 자가로 나아갈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50대 세입자의 현실도 심각하다. 정년을 앞두고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고, 금리는 높고, 자산은 부족하다. 이 문제를 "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이것이다. "지금 당장 정부 프로그램과 은행 대출, 부동산 시장을 직접 확인해보세요." 답답하게 들릴 수 있지만, 추상적인 정책을 기다리기보다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선택지를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다. 만기가 다가올수록 선택지는 줄어든다. 지금이 가장 여유 있을 때다.
혹시 만기를 얼마 앞두지 않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역 구청이나 LH, 부동산에 문의해보자. "답이 나올 거 같으니 뭐가 됐든 알아보자"라는 능동적인 태도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최고의 대비 방법이다.
출처: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743304&plink=RSSLINK&cooper=RSS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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