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원인데 못 써요…적립만 되는 항공 마일리지의 속사정
2026. 8. 27.

돈이 되지 않는 '통장' 같은 마일리지
해외 출장이 잦은 50대 회사원 A씨는 요즘 한숨을 쉬고 있어요. 지난 10년간 꼬박꼬박 모은 항공 마일리지가 어느덧 100만 포인트를 넘었는데, 정작 써먹을 때는 항상 같은 경험을 반복한다고 해요.
"비행기표를 예약하려고 앱을 켜면 항상 '매진'이 떠요. 성수기 국제선은 예약 오픈 1초 만에 없어집니다. 평일 오전 탁 트인 비수기 노선만 남아있어요."
이런 경험, 한두 번 아니라 수십 번을 반복했다고 A씨는 털어놓았어요. 마일리지는 계속 쌓이는데, 쓸 수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최근 뉴스를 보니 이건 A씨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사상 최대 4조 원, 그런데 쓰는 사람은 왜 적을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고객이 적립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회사가 미리 기록한 금액)이 올해 상반기 기준 약 4조 원을 넘었다고 해요. 기록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이연수익이 4조라는 건 무슨 뜻이냐고요? 쉽게 말해, 손님들이 항공사에 빌려준 돈이 4조라는 거예요."

여행을 좋아하는 50대라면 이 상황이 정말 답답할 거 같은데요. 마일리지를 적립할 때는 신나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쌓이고, 비행기를 탈 때마다 또 쌓여요. 언젠가는 비행기표를 공짜로 타겠지, 이렇게 마음먹으면서요.
그런데 실제로 써먹으려고 하면? 원하는 날짜, 원하는 시간에 비행기를 탄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비행기 좌석은 일종의 '우선순위' 게임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로 쓸 수 있는 비행기 좌석을 매우 제한적으로 풀어놓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항공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돼요. 비행기가 이륙하는데 한 자리가 비면 그건 손실이거든요. 그래서 항공사들은 돈을 내고 표를 사는 손님들을 먼저 태우고, 남은 자리만 마일리지 손님들에게 준다고 해요.
"하지만 요즘 항공편은 거의 항상 만석에 가까워요."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비수기 시간대나 국제선은 더 그렇다고 합니다. 서울-도쿄, 서울-홍콩 같은 인기 노선은 예약 시스템이 열리는 순간, 정말 1초 안에 마일리지 좌석이 사라진다고 해요. 이것도 다 돈 내고 표를 사는 손님들이 순식간에 예약해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남는 건 뭘까요? 새벽 비행, 경유 노선, 비수기 한가운데 같은 정말 꺼려하는 편들뿐이라고 합니다.
마일리지는 적립되지만 사용은 자유롭지 않다
여기서 더 복잡한 게 있어요.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요.
"고객님이 마일리지를 몇십만 개 가지고 계시네요. 하지만 언제 쓸지는 저희가 정합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현실이 그렇대요. 일반 손님들이 원하는 시간대, 원하는 노선은 마일리지로 안 되고, 항공사가 태워도 상관없는 비행기만 제공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마일리지를 수년 동안 모아도 정작 쓸 때는 "이 항공편 말고는 없나?"라고 묻게 되는 거죠.
"사실상 마일리지는 항공사에서 준 쿠폰처럼 느껴져요. '이것만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조건부인 거예요."
50대 회사원들 중 다주택자나 고소득자라면 특히 이 답답함이 더할 거 같아요. 돈도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비수기를 택할 수도 없고, 성수기에 휴가를 내야 하는데 그때는 마일리지로 못 간다는 말이거든요.

10년을 적립했는데, 왜 항공사는 4조를 들고만 있을까
항공사 입장에서 이 4조 원은 매우 고마운 존재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비행기를 태워주지 않았는데도 고객이 이미 돈을 낸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에요.
신용카드로 마일리지를 적립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신용카드사와 항공사가 계약을 맺고, "1만 원 사용하면 10포인트를 적립해드립니다"라고 하는데, 그 돈은 신용카드사를 거쳐 항공사 통장에 들어와요. 근데 비행기를 안 태워줘도 되잖아요. 마일리지로 안 쓰고 그냥 가지고만 있다면 더더욱요.
"쉽게 말해, 항공사는 무이자로 고객 돈을 빌려 쓰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모인 게 4조니까요. 이 돈으로 항공사는 뭘 할까요? 비행기 유지비, 유류비, 직원 급여… 이런 것들을 낼 때 이 돈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고객이 준 무이자 대출이 되는 거예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되면 어떻게 될까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부분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마일더우)와 대한항공 마일리지(스카이패스)가 따로예요."
아시아나 고객 입장에서는 고민이 생겼대요. 내 마일리지가 언제 스카이패스로 바뀔까? 바뀔 때 비율은 뭐가 되나? 오늘 가지고 있는 100만 포인트가 내일은 얼마가 될까?
게다가 두 항공사가 합쳐지면, 운항 노선이 겹칠 텐데요. 그럼 마일리지로 쓸 수 있는 좌석은 더 줄어들까요? 아니면 경쟁이 사라져서 더 괜찮아질까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해요.
지금 마일리지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럼 제가 지금 이 마일리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분들 많으시죠.
일단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찾아본 결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고 해요. 한쪽은 "지금이라도 비수기 비행편이라도 예약해서 쓰는 게 낫다"고 조언하고, 다른 쪽은 "언젠가는 가치가 올라갈 수 있으니까 기다려보자"고 말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항공사에만 맡겨두면 이 돈은 계속 항공사 통장에서 늘어난다는 거예요. 마일리지는 현금화가 안 되니까요.

"비수기에 짧은 국내선부터 써보는 게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조언도 있어요."
아니면 혹시 본인이 아직 안 쓴 마일리지 규정을 다시 한 번 읽어보세요. 항공사 웹사이트나 앱에 '예약 가능한 항공편'을 필터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거든요. 뭐라도 쓸 수 있는 게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는 게 첫 번째 단계라고 합니다.
우리가 나중에 더 주의할 점
50대 이상의 자산가분들이라면 이제 후속 소식을 좀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해요.
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사들에게 "마일리지 좌석을 더 많이 풀어줄 방법이 없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통합 이후에 그게 실제로 반영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요.
그리고 혹시 부자녀나 손주들에게 "우리 항공 마일리지를 물려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생각해본다면, 일단 항공사에 물어봐보세요. 마일리지 상속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말이에요.
"지금 이 4조 원짜리 마일리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각자 가지고 있는 포인트의 가치는 계속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세요."
금융자산처럼 생각했던 마일리지가 사실은 항공사가 만드는 규칙에 따라 좌우되는 '조건부 쿠폰'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달으시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아무튼, 지금 가지고 계신 마일리지의 '진짜 가치'가 뭔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723087&plink=RSSLINK&cooper=RSSREA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