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남겨놓은 4억원이 은행에 묶여 있어요…상속예금 2조원 방치되는 이유
2026. 8. 23.

지난달 아버지를 여읜 A씨는 예상 밖의 문제로 한참을 애태웠습니다. 은행에서 아버지 명의로 4억원가량의 예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장례비와 병원비를 급하게 써야 하는데도 이 돈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빨리 필요한데 서류는 왜 이렇게 많을까요?" 은행 창구에서 여러 날을 오갔지만, 은행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조금씩 달랐고, 재산분할 확인서,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 때론 법원 판결문까지 챙겨야 했습니다.
이런 일이 A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예금주가 세상을 떠난 후 은행에 남겨진 채 찾아가지 못하는 상속예금이 무려 1조 9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속계좌도 629만개나 되는데, 정작 상속인들은 이 돈을 받기 위해 간단하지 않은 절차들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언제 그럴 상황이 올지 모르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2조원 가까운 돈이 왜 계속 묶여만 있을까요?
상속예금이 쌓여가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복잡한 절차'에 있어요. 은행 입장에서는 정당한 상속인에게만 돈을 줘야 하니까, 누가 정말 상속받을 자격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속인들에게 여러 서류를 요구하는 건데, 이게 생각보다 번거로워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당장 필요한 게 많습니다. 장례식장 비용, 병원비, 요즘엔 여러 확인서도 챙겨야 하고요. 그런데 은행에선 "상속인 확정을 위해 호적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재산분할 협의서 또는 법원 판결문을 가져와야 한다"고 합니다. 형제들 사이에 유산 분배를 두고 의견이 다르면? 그럼 더 오래 걸립니다. 형과 연락도 잘 안 되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법원까지 가야 할 수도 있거든요.
더 복잡한 건, 은행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 은행은 이 서류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저 은행은 추가로 뭘 더 달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속인들은 왔다 갔다를 반복하게 되고, "귀찮으니까 나중에 할래"라며 미뤄두게 되는 거예요.
예금이 작으면 '간편'하게, 크면 '까다롭게'?

흥미로운 점은 예금 규모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금액이 작은 소액예금의 경우, 은행들이 서류를 간단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정도 금액이면 분쟁 가능성도 적고, 상속세 신고도 간단하니까 서류를 줄여주자"는 식이거든요. 그런데 수억 원이 묻혀 있는 상황이면? 그럼 복잡해집니다.
큰 금액이 걸려 있으니 형제간에 의견이 안 맞을 가능성도 크고, 상속세 신고도 꼼꼼히 해야 하니까 은행도 더 많은 서류를 요구합니다. 이래저래 "이렇게까지 복잡하면 그냥 나중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너무 많은 서류, 은행마다 다른 기준
B씨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어머니가 남긴 유산을 나누기로 형과 합의했어요. 은행에 가서 "이 서류들로 출금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답변이 "일단 가져온 것들 중 일부만 필요하고, 다른 걸 몇 가지 더 챙겨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은행이 요구한 서류는 대략 이렇습니다:
-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사망을 확인하는 호적등본
- 상속인 전원을 확인하는 가족관계증명서

- 형제 간에 합의한 유산분할 협의서
- 상속인 전원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 경우에 따라 한국법정책임신용조합 같은 기관의 신용조사 보고서
몇 개 안 될 것 같지만, 실제론 혼자서 다 챙기기는 어려워요. 호적등본 하나 떼려고 해도 거주지의 관청에 가야 하고, 형제가 각각 다른 지역에 살면 서류 준비만 한참 걸립니다. 그 사이에 급할 땐 일단 포기하게 되는 거고요.
상속 절차가 이렇게 복잡하면 누가 해결할까?
법적으로는 상속인이 알아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은행도 "정당한 상속인"이 확인되면 돈을 줄 준비가 되어 있어요. 하지만 "정당한"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현재로선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속인 전원이 합의해서 분할 협의서를 만드는 것. 이게 가장 빠르고 간단해요. 둘째는 법원에 청구서를 내서 상속재산분할 판결을 받는 것인데, 이건 시간이 걸립니다. 셋째는 유언이 있었다면, 유언장을 법원에 검증받는 방법도 있어요.

문제는 이 모든 걸 상속인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면 돈도 들고, 바쁜 와중에 시간도 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나중에 차분해지면 할래"라고 미루게 되고, 그사이 2조원이 은행에 묵혀 있는 거예요.
소액은 간소화, 대액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소액 상속의 경우 서류를 간단히 하자는 움직임이 있어요. "얼마 정도가 소액인가"는 은행마다 기준이 좀 다르지만, 보통 1000만원 이하 정도면 "상속인이 확인되면 좀 더 빠르게 처리하자"는 식이거든요.
그런데 수억 원대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정말 차근차근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만약 형제들이 사이가 좋지 않다면 더더욱 복잡해질 수 있어요. 이럴 땐 변호사나 법무사의 상담을 받는 게 손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분쟁을 막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거든요.
상속이 생기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리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다면, 이건 남의 일이 아닙니다. 몇 가지 미리 챙겨두면 상속 절차가 훨씬 쉬워집니다.
첫째, 은행 통장을 정리해두세요. "아버지가 어느 은행에 얼마나 갖고 계신가"를 자녀들이 대략이라도 알고 있으면 정말 많이 다릅니다. 통장 사본을 가족 누군가에게 알려두거나, 중요한 계약 정보를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둘째, 가능하면 유언장을 남기세요. "누가 뭘 받을 건가"를 명확히 하면 형제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꼭 변호사를 통해서 아니어도 되지만, 법원에서 인정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기는 게 중요해요.
셋째, 자녀들과 미리 이야기 나누세요. "엄마가 은행 통장 어디에 얼마가 있고, 보험이 뭐고, 부채가 뭐 있다"는 것들을 자녀들이 알면, 나중에 급할 때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상속 받을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만약 지금 상속 절차를 진행 중이라면, 몇 가지 알아두세요. 첫째, 서류를 한두 번 가지고 가서 거절당했다고 해서 포기하지 마세요. 은행에 "어떤 서류가 더 필요한가"를 직접 물어보고, 부족한 것들을 준비하세요.
둘째, 상속세 신고 기한이 있습니다. 보통 상속이 시작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세무서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걸 놓치면 과태료도 나올 수 있으니까 주의하세요. 정확한 건 세무서나 전문가에게 꼭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셋째, 형제 간에 의견이 안 맞으면 너무 오래 미루지 마세요. 시간이 갈수록 더 복잡해질 수 있거든요.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을 청구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왜 은행과 정부가 손 놔고 있나?
금융감독원이 상황을 파악했으니, 이제 좀 더 체계적인 개선책이 나올 거라고 봅니다. 은행들도 "상속 절차를 너무 복잡하게 하면 좋은 게 없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고객 신뢰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은행이 뭘 더 벌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은행이 "정당한 상속인"을 확인해야 하는 책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상속인들이 먼저 이 과정을 이해하고, 미리 준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남겨놓는 자산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상속이 생기는 건 누구한테나 올 수 있는 일이고, 준비가 되어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는 것. 지금 부모님께 "은행 통장이 어디에 있는가"를 한 번 여쭤보는 것도 좋은 시작일 것 같습니다.





